조회 수 532 추천 수 0 댓글 0

 필로티 구조의 문제점...
 비전문가가 설계.시공5층이하 건물 구조적 지식 부족한 건축사가 설계
 이석종 기자 2017.12.01 15:10


필로티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전문가에 의한 설계와 시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단어 중 하나가 '필로티'다. 
많은 언론에서 '필로티구조는 내진에 취약하다'라는 취지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는 위험하다'고 단순하게 말하면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필로티는 프랑스어 pilotis 또는 영어 pier로 원래 ‘각주(脚柱)’, ‘열주(涅柱)’와 같이 기둥을 뜻한다.  기둥을 뜻하는 필로티가 하나의 건축양식으로 불리게 된 것은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56) 때문이다. 그는 1층의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개념을 적용하여 1925년경부터 자신의 작품에 적용해왔다.
 
당연히 기둥은 건축물에 없어서는 안될 부재이다. 전문가들은 1층에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필로티 구조 자체가 지진에 취약한 것이 아니라

부실하게 설계•시공된  건축물은 모두 지진에 취약하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이번 포항 지진시 기둥이 파손되어 크게 주목을 받았던 필로티 구조는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이었다. 그런데도 왜 기둥이 파손되었을까?
 
포항지진에 의한 빌라 피해 사례

 
건축구조 설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 "A"기술사는 "5층 이하 건축물은 대부분 구조 전문가가 설계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이 되어있다"면서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는데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사는 건축구조의 안전을 상세히 검토할 수 있는

구조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A"기술사의 설명에 따르면 건축법시행령 91조의3에 건축사가 건축물을 설계할 때 건축구조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 건축물의 종류가 규정되어있다. 6층 이상의 건축물, 특수구조건축물, 다중이용 건축물, 준다중이용 건축물 등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필로티 구조로 많이 지어지고 있는 5층 짜리 빌라는 구조전문가인 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지 않고

건축사가 설계해도 되도록 되어있다.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 "A"기술사는 "일부 건축사들은 5층짜리 필로티구조의 빌라를 설계할 때 건축구조기술사에게 구조계산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상당 수의 건축사들은 설계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자동화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A"기술사는 "자동화 프로그램은 구조공학을 깊게 이해하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서 "사용하기 쉬운 수술기계가 있어도 의사의 판단이 중요한 것처럼 자동화 프로그램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구조공학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A" 기술사는 "해외에서 건축사는 디자이너로 통하고 구조설계는 구조 엔지니어가 담당하지만 국내에서는 건축사들이 구조도면까지 모두 그리고 구조기술사는 구조안전성 검토만 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건축사는 디자이너로 통하고 구조계획과 구조설계는 구조엔지니어가 하고 있다. 구조엔지니어는 Civil Engineering(우리나라 토목공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기술사 시험을 통과한 전문엔지니어(PE, Professional Engineer, 우리나라의 기술사에 해당)들만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건축사가 설계를 독점하면서 구조, 전기, 소방 분야 등은 관계전문기술자라는 명칭으로 협력을 받도록 되어있다. 구조, 전기, 소방 등 안전과 관련된 분야들이 모두 건축사에게서 외주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업을 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건축사로부터 외주를 받다보니 건축구조를 비롯한 건축관련 전문분야는 매우 영세하고  열악한 상황이다.
  
국내의 대학에서도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가 별도로 분리되어있는 곳이 많다. 건축학과는 공간배치 등 예술적인 부분을 배우고 건축공학은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데 필요한 구조공학과 시공관련 과목을 배운다. 하지만 건축사법 제4조에는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건축사만 의뢰인과 계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엔지니어링사를 운영했었고 현재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B" 토목구조기술사는 "해외에서는 건축설계도 각 분야 기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일을 하지 국내처럼 하도급으로 일하는 개념은 아니다"라면서 "설계프로젝트의 리딩은 건축물의 성격에 따라서 건축사가 하기도 하고 엔지니어가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우나 리조트 사고 등 건축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날 때마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은 구조분야는 구조전문가가 직접 설계•감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구조전문가가 설계•감리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설계 전문가에게 지불되는 비용을 자신의 수익감소로 여기는 건축사들과 건축물은 건축사만 설계할 수 있다는 건축사법이 존재하는 한 건축물의 안전 확보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구조분야 전문가가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기술인 신문 / 이석종 기자 (dolljong@gmail.com)